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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해방일지/나의문화유산답사기-국내편

[문화유산답사기 1권-①] 월출산 아랫동네, 남도답사 일번지로 가야 하는 이유

by 안나의수채화 2026. 7. 18.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우리가 함께 손잡고 완독해 낸 16편의 서양미술사에 이어, 오늘부터 제 블로그의 새로운 깃발을 꽂을 두 번째 벽돌책 대장정을 시작합니다. 바로 유홍준 교수님의 불멸의 명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입니다.

사실 우리에게 '국사'나 '문화재'라는 단어는 어릴 적 교과서에서 억지로 연도를 외우던 다소 지루한 기억으로 남아있기 쉽습니다.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이 방대한 벽돌책 속에 숨겨진 우리 국토의 진짜 비하인드 스토리들은 눈물 나게 아름답고, 때로는 스릴러 영화보다 짜릿하답니다.

그래서 이번 연재부터는 형식을 조금 바꾸기로 했습니다. 딱딱한 요약정리는 다 치워버리고, 제가 책을 1권 1페이지부터 차근차근 완독해 나가며 소름 돋았던 핵심 통찰과 숨겨진 인간 드라마만 쏙쏙 골라, 마치 친한 친구에게 수다를 떨듯 편하게 다가가려고 해요.

혼자서는 감히 엄두가 안 나던 이 거대한 인문학 벽돌책을, 저와 함께 한 페이지씩 가볍게 부수며 '랜선 국토 답사'를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을 귀한 경험을 선물해 드리게 될테니까요.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

 

유홍준 교수님이 이 책의 첫 페이지를 열면서 던진 아주 유명한 명언이 하나 있어요. 아마 독자 여러분도 어디서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텐데요.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이 말이 왜 나왔냐면요, 우리가 그동안 경주 불국사나 서울 경복궁 같은 곳에 가서 "음, 오래된 건물이네" 하고 큰 감흥 없이 사진만 찍고 돌아왔던 이유가, 그 공간에 얽힌 스토리와 사연을 깊이 '사랑하지 않아서' 그렇다는 거예요. 내용을 알고 나면 진짜 완전히 다르게 보이거든요.

그래서 교수님이 우리를 가장 먼저 데려가는 첫 번째 장소가 바로 전라남도 강진과 해남이랍니다. 이름하여 '남도답사 일번지'이지요.

그런데 왜 하필 경주나 서울 같은 화려한 왕도가 아니라, 저 멀리 구석진 전라도 시골 동네부터 시작했을까요?

⛰️ 남도의 서막을 여는 바위산, 월출산의 위엄

서울에서 차를 타고 호남고속도로를 지나 남도로 내려가다 보면, 영암이라는 동네에 들어서는 순간 하늘을 찌를 듯한 거대한 바위산 하나가 갑자기 눈앞을 턱 가로막습니다. 그게 바로 '월출산(月出山)'이에요. 이름 그대로 '달이 뜨는 산'이지요.

그동안 점잖고 완만한 흙산들만 보다가, 온통 거친 바위로만 이루어진 월출산이 대지 위에 우뚝 솟아있는 모습을 보면 운전하던 사람도 저절로 "와..." 하고 차를 세우게 된다고 해요. 유유자적하고 평화로운 남도 벌판 한가운데에, 혼자 주인공처럼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내며 서 있는 산이거든요.

우리 조상들은 이 월출산을 보면서 웅장한 기운을 얻기도 하고, 깊은 예술적 영감을 받기도 했습니다. 남도답사의 진짜 시작은 바로 이 거대한 바위산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끼며 고즈넉한 시골길로 접어드는 순간부터랍니다.

🌾 왜 하필 '강진과 해남'이 일번지일까?

답사기 1권의 부제가 '남도답사 일번지'인 진짜 이유는, 이 강진과 해남이라는 동네가 '조선 시대 문화예술의 가장 뜨거웠던 유배지'이자, 반대로 '가장 순수하고 소박한 한국 고유의 미(美)가 날것 그대로 보존된 보물창고'이기 때문이에요.

조선 시대에 한양에서 정치적으로 밉보인 천재 학자들이나 예술가들이 유배를 가면 가장 멀리 보냈던 곳이 바로 여기였습니다.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같은 시대를 뒤흔든 최고의 천재들이 이 머나먼 남도 끝자락에 갇혀서, 눈물을 흘리며 자신들의 학문과 예술을 외롭게 완성해 나갔던 것이죠.

다산초당. <다산 정약용이 강진 유배 시절 머문 곳으로 이곳에서 500여 권의 책을 썼다. 앞의 연못이 ‘연지석가산">

그래서 이 동네는 그냥 평범한 시골 마을 같지만, 발에 채이는 돌멩이 하나, 낡은 오두막 하나에도 조선 최고 천재들의 한숨과 가슴 절절한 인생 드라마가 고스란히 녹아 있답니다. 게다가 대도시처럼 개발되지 않아서 옛 조상들이 걷던 고즈넉한 흙길과 돌담, 푸른 벌판이 그대로 남아있지요.

앞으로 우리가 이 길을 걸으면서, 그 천재들이 왜 울었고, 그 슬픔 속에서 어떻게 눈물 나게 아름다운 문화를 피워냈는지 하나씩 파헤쳐 볼 거예요. 생각만 해도 벌써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으시나요?

자, 월출산의 장엄한 바위를 지나 좁은 시골길로 들어선 우리 정예 답사단 여러분.

우리가 남도에서 처음으로 마주하게 될 보물은, 평범한 시골 들판 뒤에 숨어있는 '무위사(無爲寺)'라는 아주 고즈넉한 절입니다. 화려한 단청도 없고 웅장하지도 않지만, 유홍준 교수님이 "조선 시대 소박한 미니멀리즘의 끝판왕"이라고 극찬한 이 절에는 어떤 소름 돋는 반전 매력이 숨어있을까요?

다음 [에피소드 2편: 무위사 극락보전 - 화려하지 않아서 더 눈물겨운 소박함의 미학]에서 진짜 재미있고 찰지게 수다 떨어드릴게요.

그럼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보내시고, 우리 다음 답사지에서 만나요. 안녕히 계세요! 🌿